KBS 「인재전쟁」 2부가 던진 질문에 최태원 회장의 강연이 답한 날. 청귤·작두콩·호박팥·메리골드, 그리고 연꽃차까지 다섯 잔을 따라가며 "AI가 다 한다면 아이는 뭘 해야 하나"에서 출발해 — "그 전에 엄마가 먼저"라는 데까지 갔습니다.
01. 오후반차와 함께한 네 번째 자리
네 번째 엄마 영차는 티 브랜드 오후반차와 함께 열렸어요. 유리 티팟과 공도배, 찻잔까지 모두 오후반차의 다기 — 티 소믈리에 티아라의 짐이 백팩 하나로 줄어든 날이기도 합니다. 카페인이 없는 구수한 차들로 자리를 꾸렸어요.
제가 공대를 선택할 때도 가고 싶어서 간 건 아니었거든요.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요. 저는 잠깐 기계공학에서 떠나서 세상으로 왔고요 — 오늘은 AI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 티아라, 티 소믈리에 5년차
휴대폰 개발 8년, 화학 회사를 거쳐 차의 세계로 온 사람이 자리를 열었고, 네 명의 엄마가 각자의 이유를 들고 앉았습니다.
02. 녹음 기록
전체 101분의 대화가 보존되어 있어요.
🔒 녹음 파일은 참가자 보호를 위해 비공개입니다. 아래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흐름만 남겨둡니다.
02-1. 그날의 사진
처서가 지나 서늘해진 아침, 해가 짱짱했던 카인드 오브 썸머 쇼룸. 그날의 자리를 남겨둡니다.
03. 함께 본 영상 — 질문 한 편, 답 한 편
지난 자리에서 본 「인재전쟁」 2부를 질문으로 다시 놓고, 최태원 회장의 특별강연을 답으로 나란히 봤어요. 순서대로 보면 다큐의 답답함을 강연이 받아 이어갑니다.
보너스로 스물여덟 살 셋이 엔비디아에 데이터를 파는 스타트업 이야기(EO Korea, 19분)도 함께 봤어요. "정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빠르게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 이날 대화에 여러 번 돌아왔습니다.
04. 네 명의 엄마, 네 개의 이유
영상 두 편을 보고도 왜 굳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 자리를 열며 한 사람씩 물었어요.
아이가 뭘 물어보면 바로 GPT한테 물어보고, 업무도 클로드랑 하고 있는데 — 이게 맞나? 쓰나미처럼 오는데 가만히 있다가는 휩쓸려 갈 것 같아서, 제 중심을 찾고 싶어서 왔어요. — 일곱 살 딸을 키우는 엄마
아이들은 AI 네이티브가 된 거잖아요. 막을 수는 없는데 어떻게 잘 쓰게 해줘야 하지? 핸드폰이랑 똑같은 것 같더라고요. 그 생각을 많이 안 해봐서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 아홉 달 아기 엄마
저는 AI가 되게 싫은 사람이거든요. 다들 쓰니까 나도 해야 할 것 같은, 강요받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어쨌든 쓰게 될 거니까 — 거스르지 말고 조금씩 트여봐야겠다 싶어서요. — 세 아이 엄마
네 번째 엄마는 지난주 AI 부트캠프에서 사이트 하나를 직접 만들고 왔어요. 그리고 자리를 연 사람의 이유는 이랬습니다.
AI로 사람의 직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AI를 안 쓰는 사람에게 기회가 사라지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들은 이거에 너무 무방비예요. 이걸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서 — 정답을 같이 찾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했어요. — 박지영, 키즈러닝 운영자
05. 영상을 보고 나눈 이야기
📄 정보의 격차가 사라졌다
글도, 제안서도 잘 못 쓰던 사람이 팔로워 몇백 명일 때 클로드 코드로 제안서를 써서 큰 행사를 따냈던 이야기. "제안서를 제일 잘 썼다"는 평을 들었지만 뼈대만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고 글은 AI가 다듬었어요. 최 회장이 말한 "AI가 얹어주면 능력 차이가 9%로 줄어든다"는 계산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 — 그럼 우리 아이는 뭘 해야 하지?
🏃 몸으로 익히는 것만 남는다
수능을 2분 만에 푸는 AI 앞에서 나온 답은 강연과 같았어요. 내가 만들고 싶은 게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경험, 그리고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나는 감각. 새벽 다섯 시 러닝 클래스에 울면서 끌려 나갔던 아이가 지금은 "작년엔 다섯 시에도 일어났는데" 하며 스스로 일곱 시에 일어나 달린다는 이야기에 모두 웃었습니다. 등산이 평소 안 쓰는 뇌 영역을 깨운다는 뇌과학 이야기도 여기 얹혔어요.
🙋 질문 많은 아이에게 "그만해"라고 하지 않기
처음 만난 사람한테 질문을 많이 하면 여기가 안전한 바운더리라고 느낀다는 거예요. 대신 너희 아이들이 나한테 질문 많이 하면 내가 정말 잘 받아줄게 — 그렇게 하려고요.
논술을 가르치는 엄마의 말도 같은 방향이었어요. 위에서 주는 걸 외워서 치는 시험은 AI를 절대 못 이긴다, 그러니 내가 궁금한 걸 던지는 아이여야 AI를 도구로 쓸 수 있다고요. 다만 한국에서는 질문 많은 아이가 버릇없어 보일까 걱정되는 마음도 솔직하게 나왔습니다.
🚸 "초4까지는 노출하지 말고, 6학년까지는 옆에 있어 주세요"
AI 교육 일을 하는 엄마가 초등 선생님들에게 들은 원칙을 전해줬어요. 학교에서 코딩을 시작하는 4학년 전까지는 독서와 운동 같은 기본 습관이 먼저이고, LLM이 뱉는 답을 그대로 받지 말고 "쟤가 한 말, 넌 어떻게 생각해?" 하고 아이의 언어로 한 번 더 묻게 하라는 것. 정작 본인은 회사에서 "더 써서 증명하라"는 압박을 받으면서 내 능력을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지 경계에서 고민 중이라는 고백도 함께였습니다.
🕳 여백
월화수목금 학원에 보내는 자기반성에서 시작해, 밤 9시부터 아침 8시까지 스크린타임을 걸고 학원 두 개를 빼고 일주일째 아침저녁 일기를 쓴다는 이야기. 하루를 30분 단위로 손으로 적는 타임로그 이야기. 여백이 있어야 생각이 생기고, 생각이 있어야 철학이 있는 방향으로 간다는 데 모두 고개를 끄덕였어요.
06. 함께 도달한 통찰
① AI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 그래서 사람에겐 그릿이 필요하다
문자 초안을 써달라고 했더니 다른 분 번호를 잘못 보내놓고 "내가 실수한 것 같아, 나는 못 보내겠어" 하더라고요. 거기서 큰 인사이트를 얻었어요 — AI는 책임을 지지 않고,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는구나. 그러니까 사람은 끝까지 해내는 그릿을 길러줘야 한다. — 티아라
자리를 연 사람도 같은 종류의 실패담을 꺼냈어요. 신문사 여섯 곳에 따로 보내달라던 메일이 한 통에 여섯 이름으로 나간 뒤, "보내는 건 무조건 내가 한다"는 원칙을 파일로 박아두었다는 것. 실수를 해야 배운다던 첫 팀장의 말이 15년 만에 이해됐다는 고백까지.
② "너 지금 너무 위험해"
한 달 동안 쓴 글로 회고를 하는데 클로드가 다 읽더니 그러는 거예요. 지영아, 너 지금 너무 위험해. 이건 한 명의 엄마로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야, 네 시간이 하나도 없어, 모든 걸 멈추고 쉬어야 해.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그날은 그냥 걷고 잤어요. — 박지영, 키즈러닝 운영자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인류로 받아들여야겠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티아라는 "클로드는 생각을 외주 주는 게 아니라, 진짜 생각은 내가 하고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외주 주는 것"이라고 정리했어요.
③ 엄마가 먼저 달린 뒷모습
아이 기질은 엄마가 바꿀 수 없잖아요. 대신 제가 살려고 2년을 먼저 혼자 뛰는 모습을 보여준 거예요. 킥보드 타고 따라 나오고, 자전거 타고 따라 나오고 — 그렇게 스며든 것 같아요. AI도 엄마가 먼저 알아야 애들이 넘어온다고 생각해요.
3회차의 "장거리는 의지가 아니라 환경 세팅"이 이번엔 "엄마가 먼저"로 이어졌어요. 아홉 달 아기 엄마는 이 말을 이렇게 받았습니다 — 클로드에게 묻고 싶은 걸 한 번 참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부터,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 전인 지금부터 해야겠다고.
④ 아이는 한 장의 양피지 — 어른은 읽어내는 사람
아이들은 이미 싹을 갖고 태어난대요. 거기 쓰여 있는 걸 잘 읽어내는 게 어른의 역할이지, 내가 거기에 쓰는 게 아니래요. 어릴 때 좋아하던 것 하나 — 블럭이든 뭐든 — 그게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그거 하나는 지켜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인 것 같아요. — 논술을 가르치는 엄마
"적당한 물과 햇빛만 주는 것"이라는 어느 육아서의 구절, 장난감을 기획자 의도대로 놀게 하는 자신을 경계하게 됐다는 아기 엄마의 말, 그리고 세 아이 엄마의 한 마디 — "개입할 시간이 없어요. 심심하면 좋은 거야, 그러면 알아서 창고에서 뭘 꺼내와서 놀아요." 하나 키울 때가 제일 힘들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07. 오후반차 · 다섯 잔의 차
이번 자리의 차는 모두 카페인이 없는 구수한 계열. 여름의 끝, 환절기에 맞춘 구성이었어요.
0. 청귤차 · 웰컴
여름의 끝에 상큼하게. 일부러 농도를 연하게 잡은 첫 잔. 처서 지나 서늘한 아침, 해가 짱짱한 쇼룸에서.
1. 작두콩차 · 묵직함
환절기 비염에 도움을 주는 차. 콩깍지 대신 분쇄된 형태라 표면적이 넓어 색이 금방 진해져요. 허브류는 팔팔 끓는 물에 3분 — 모래시계를 챙겨야겠다는 티아라의 다짐과 함께. 삼다수와 에비앙, 아이가 가리는 생수 이야기로 물의 경도까지 갔습니다.
2. 호박팥차 · 가벼움
첫 잔의 무게를 덜어주는 차. 알갱이가 살아 있어요. 티아라 시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팥시루떡과 들깨·현미 강정을 곁들였고 — 이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차였습니다. "닭볶음탕 향" 논쟁도 있었어요.
3. 메리골드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눈 피로에 좋아서 AI와 친해져야 하는 우리에게 딱. 잔에 꽃 하나씩 띄워도 되고, 아이도 마셔도 돼요. 말차 1~2g을 코코넛 워터에 타는 티아라의 집 레시피도 나왔습니다.
4. 연꽃차 · 오늘의 하이라이트
연꽃 한 송이를 통째로 우려 국자로 떠 마시는 차. 파스 향, 오이 향, 바나나 껍질 향 — 저마다 다른 향을 찾았어요. 서울에서 이걸 내는 곳은 몇 군데뿐. 첫 경험이 좋아야 다음이 생각난다는 마음으로 일부러 특별하게 준비한 마지막 잔.
선물로는 오후반차의 컵에 물만 부어 마시는 차를 하나씩. 오후반차 대표도 회사를 다니다 차가 좋아 브랜드를 차린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세상은 여자가 움직인다"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08. 가족의 루틴들 — 나를 지키는 시간
- 일주일에 한 번 가족 독서모임 — 아이가 발제자가 되어 책을 고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서로 이야기해요. 여섯 번째까지 했는데 다 휘발돼서, 이제 녹음해 기록하기로.
- 매월 가족 계획 하나 + 회고 — 지킬 것 한 가지를 정하고 달이 끝나면 차를 내려 마시며 돌아봐요. 이 집 티 소믈리에는 둘째.
- 가족이 다 같이 간다 — 뛸 사람은 뛰고 못 뛰면 앉아서 놀고. 세 아이 집의 주말 원칙.
- 그림책은 아이가 더 잘 본다 — 엄마는 글을 읽고 아이는 그림을 봐요. 같이 보면 더 많이 보입니다.
영국 사람들이 전쟁 중에도 티타임을 가졌다는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주변이 아무리 소란해도 내가 지키는 루틴이 있는 것 — 그게 나를 지키는 데 되게 중요하다고. — 세 아이 엄마
이순신 장군은 차를 마셨을까 찾아봤더니 차 대신 일기를 썼더라는 티아라의 여담, 그 일기에서 아들의 죽음을 직감하는 대목을 읽고 울었다는 이야기로 잠시 조용해졌다가 — "그 많은 일 중에 제일 소중한 게 뭐야? 아이잖아요. 그런데 하루에 5분도 대화를 안 하고 있더라고요"라는 반성으로 이어졌습니다.
09. 마지막 잔의 소감
바둑계가 AI를 먼저 받아들인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고 있어요. 천재형 기사는 자기 시장이 없어졌고, 노력형 기사는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대요. 나는 노력형의 입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AI를 잘 써봐야겠다, 거부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확실히 들었어요. — AI가 싫다던 세 아이 엄마
저는 영화도 해피엔딩만 보거든요.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결국 잘 쓰게 된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잘 쓸 거라고 믿어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인데,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우리가 또 잘 이겨낼 것 같아요. 아이한테 차 한 잔 마실 여유도 주면서요. — 일곱 살 딸 엄마
인내심 있는 아이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백을 기다릴 줄 알고, 심심한 걸 견딜 줄 알고, 클로드에게 묻고 싶은 마음도 한 번 참을 수 있는. 그러려면 나부터 인내가 있어야겠다는 것도요. — 아홉 달 아기 엄마
잘 챙겨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멋있는 엄마도 준비해야 아이가 떠나갈 때 나도 내 걸 하고 있지 않을까. AI와 함께 조금 더 멋있는 엄마의 길을 가보려고요. — 논술을 가르치는 엄마
키즈러닝 안에서 아이들이 책임져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접수처에서 접수 받고, 피니시 테이프 잡아주고. 달리기만큼 인내심을 기르는 게 없거든요. 제 아이한테 해주고 싶은 걸, 다른 엄마들도 이 안에서 다 이뤘으면 좋겠어요. — 박지영, 키즈러닝 운영자
10. 아이와 함께 — 「AI 시대 생존 전략」 그림책
강연 속 네 가지 근육을 아이 눈높이의 수채화 그림책으로 만들었어요. 장마다 아이에게 던질 질문이 하나씩 있습니다.
11. 함께 본 자료들
모임에서 사용한 PDF 2종 — 받아서 가족과 함께 보세요.
12. 다음 자리 — 10월 14일 (수)
엄마 영차는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오전 10:30에 모여요. 다음 자리는 10월 14일 (수)이에요. 자리는 매회 딱 4자리.
키즈러닝 AI 엄마 찻자리 영차 유의사항
* 이 날 만큼은 차 본연의 향을 느끼실 수 있도록 향이 있는 제품, 커피는 잠시 멀리하시면 좋아요 :)
* 알러지 안내 — 견과류, 과일 알러지가 있으시면 요청사항에 꼭 남겨주세요.
* 변경 및 취소 — 방문 3일 전 100% 환불 · 방문 2일~1일 전 50% 환불 · ~1일 전, 당일 환불 불가
* 천재지변, 아이가 아플 경우 1회차에 한해 다음달로 연기해 드립니다.
13. 다음 자리를 위한 메모
- 아이와 함께 클로드 코드로 게임 만드는 프롬프트 공유하기 (이날 약속)
- AI 부트캠프 2회차 — 이번에 만든 사이트를 발전시켜서 다시 모이기
- 모임 녹음을 전사해 기록하는 방법(플라우드 노트 + 클로드) 정리해서 공유
- 각자 '한 가지 실천' — 클로드에게 묻기 전에 한 번 참고 생각해보기
- 인스타 스토리 올릴 때 오후반차 함께 태그하기
- 서울 그린 트러스트 궁궐 숲 프로그램 — 가족 참여 후기 나누기
📷 이날의 모든 사진과 영상은 안소현님 (@ahn_sso_)이 찍어주셨어요. 고맙습니다.